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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가 말해요/행정자치부 소식통

'야신' 김성근 감독이 말하는 진정한 리더쉽이란?

 

'만추(晩秋)'로 깊어가는 지난 10월 10일은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자랑스런 현대사 특강'이 세 번째 열리는 날이었습니다.

 

11시에 시작되는 강연이지만 일치감치 많은 분들이 자리에 앉았고, 웅성웅성웅성~~ 시끄럽진 않지만, 마음이 괜시리 들뜨면서도 왠지 모를 긴장감이 중앙공무원교육원 늘새롬관 대강당에 흐릅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그 사실을 조금 후에 알게되었습니다.

 

바로 강력한 카리스마와 절대 흔들리지 않는 철학과 소신,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의 선수들이 잘 되길 바라는 현 고양원더스 김성근 감독이 강연자로 초빙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만큼은 엄격한 지도자가 아니라, 위트 넘치는 강연자로 분위기 이끌어

 

세간에 알려진 바에 따라, '평소 불호령을 잘 치는 감독, 훈련량이 가장 많은 감독, 구단과 마찰이 가장 잦은 감독'으로 알고 있어서인지 강의실에 앉은 대부분의 청강자들이 긴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밝은 하늘색 자켓을 입고 환하게 웃으며 강단에 선 김성근 감독은 우리가 알고 있던 '엄한 지도자'의 이미지와는 달라보였습니다.

 

"저는 공무원교육원에 온다고 해서, 아저씨들만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다 젊은 사람들만 있네요. 그래서 '아~~ 내가 잘왔지 않나' 싶어요!"

 

"어제 준플레이오프 봤어요? 어제 TV로 경기를 보고 있는데, 2009년도에 내가 SK 감독으로 있었을때 생각이 났어요. 지금 두산이 그 때 SK고, 롯데가 두산이고. 2009년도에도 내가 두산 김경문 감독한테 연속으로 두 번 졌으니까, 지금 김진욱 감독 맘을 알지 않나 싶어요. 아마 세 번 연속 이길 수 있을거라고 믿고 있을거에요. 허허허~~" 

 

 


무서울거라 생각했던 김성근 감독은 예상외로 굉장히 재밌는 분이었습니다. 순간순간 말하는 재치가 굉장했습니다^^

 

'어제 경기를 보면서, 나는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야구는 확실히 많은 경험과 연습이 필요한 운동이지 않나 싶어요. 경기를 읽는 눈과 상대 선수들의 습성을 파악하는 그 동안의 데이터가 머리에서 바로바로 나와줘야 한다고. 순간 판단력과 그 상황에 맞는 최선의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감독의 몫이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지도자라는 자리가 굉장히 어려워요"

 

"어제 대현이(롯데 정대현 선수)가 올라왔을 때 두산에서 번트를 댔는데, 개인적으로 아주 아쉬웠다고! 내가 대현이를 데리고 있었잖아. 투구 동작이 느리기 때문에 발이 빠른 선수로 교체를 하고 2루 스틸(도루)을 시도했더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지 않나 싶어요. 내가 SK 감독일 때 대현이만 나가면 주자가 뛰지 않을까, 뛰면 어떠나, 항상 마음이 콩닥콩닥 거렸다고! 하하~~"

 


어쩔 수 없는 평생 야구인, 김성근 감독이 생각하는 올바른 지도자란?

 

프로 야구를 갑자기 떠났기 때문에 요즘의 야구 얘기하기를 꺼려하는 줄 알았지만, 역시 어쩔 수 없는 '평생 야구인'인가 봅니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요즘의 야구 경기와 제자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신나게 얘기해주었습니다.

 

 

"한 팀의 '지도자', '리더'라면 과연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비쳐져야 할까요? 내가 생각하는 지도자란 팀이 원하는 '최상의 결과'를 내야하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준우승? 2등?? 안됩니다. 부상 선수가 많았고, 구단에서 지원이 없었고, 운이 없었고, 등등 모든건 핑게에 불과해요. 프로는 성적으로 말해야하지 않나 싶어요. 남한테 책임을 전가하는 사람은 절대로 성공 할 수 없어요."

 

"난 야구 감독을 하면서 한 번도 핑계를 대거나, 내 선수들한테 책임을 돌린 적이 없어요. 모든 비난과 욕은 내가 받았죠. 그건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에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고 실패를 했다면, 그건 준비를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강해지려면 얼마나 준비를 많이 했느냐가 중요해요."

 


핑계 없고,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팀이 원하는 최상의 결과를 내는 지도자

 

"내가 예전에 쌍방울 감독을 맡았는데, 이전까지 계속 꼴찌를 했었어요. 팀이 엉망이었다고. 이걸 어떻게 추스려야하나, 어떤 팀으로 만들어야하나, 앞이 깜깜하더라고. 그래서 집에 들어오면 밤 11시가 되는데, 밥을 먹고 11시 30분 부터 데이터 분석을 했다고, 분석을 하다보면 아침 6시, 7시야. 그럼 두어 시간 자고 다시 나가고, 시즌 내내 그렇게 했다고. 그 해에 2위를 했어. 물론 그 보답으로 신장암을 앓았지만, 후회는 없어요"

 

 

2시간 여의 강의 동안, 김성근 감독은 계속 올바른 지도자가 가져야 할 덕목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아낌없이 설명해주었습니다.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절실하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하라!

 

"항상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해요. 돌아갈 곳이 없다고 생각을 하고,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절실하게 매달려야 어떤 일이든 성공하지 않나 싶어요. 그러면 누구나 사람마다 장점이 있고 재능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 드러나게 되어 있어요. 그 사람의 진짜 실력은 없는게 아니고 숨겨져 있는 거에요. 그것은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왔을 때 보여지는 것이죠!"

 

 

강연 내내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느껴지는 힘과 기세는, 그 어떤 현역 선수들보다 강해보였습니다. 40년이 넘도록 야구 지도자 한 길만 걸어온 분이지만, 아직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준비하는 사람은 없을거란 생각을 갖게 됩니다.

 

언제나 최약체만 맡아, 어느새 그 팀을 우승 후보로 탈바꿈 시켜 '재활 공장장' 혹은 '야신'이란 별명이 따라 붙는 김성근 감독. 그는 역시 '야구, 그 자체'였습니다.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