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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가 말해요/그 때 그 사고

[국민생활안전 캠페인] 지하실 냉동기 보수 알바 대학생, 마스크 벗자 그만...





지하실 냉동기 보수 알바 대학생, 마스크 벗자 그만...

[국민생활안전 캠페인] 그 때 그 사고, 막을 수 없었나 <12>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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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강승기(가명, 23세)군은 등록금 마련을 위해 두 달 전부터 빌딩 보수공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대학생 알바로는 꽤 고액인 월 150만원에서 최고 200만원까지 벌 수 있다는 말에 힘들어도 이 일을 택하게 됐다. 처음 배우는 일이라 서툴렀지만 같이 일하는 아저씨들이 잘 가르치고 도와줘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꼼꼼하게 작업복과 장비를 챙겼다. 대형 빌딩의 지하 기계실의 대형 냉동기를 보수하기 위해서다. 보수 작업 전 점검결과, 보수 범위가 생각보다 넓었고 냉동기에 남아있는 프레온이라는 냉매를 전부 빼내고 작업을 시작해야 했다. 





원래 프레온처럼 유해가스를 다룰 때는 환기장치를 미리 설치해야 된다. 하지만 보수가 간단하리라는 생각에 강군은 미처 챙기질 못했다. 환기장치를 가져오려면 예정된 시간 내에 보수를 하기 어려워 보였다. 

"공간이 넓으니까 빨리 작업하고 나가면 별 탈 없겠네"라는 누군가의 말에 작업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대형 빌딩이라 지하실이 넓어 프레온 가스가 조금 방출되더라도 위험은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 

작업이 시작되고 냉동장치가 중지된 상태라 작업공간의 온도가 높아졌다. 마스크에 땀이 배고 습기가 차 작업에 방해가 됐다. 하나 둘씩 마스크를 벗어버리고 작업을 계속했다. 더운 지하실에서 작업에 열중하던 그들은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결국 그 날 새벽 강군을 비롯한 작업자 4명은 질식에 의해 사망한 채로 발견되고 말았다.

우리 주변에서 하루 6명씩이 산업재해로 아까운 생명을 잃고 있다. 2010년도 산재보상법 적용사업장 160만곳에 종사하는 근로자 140여만명 중에서 4일 이상 요양을 요하는 재해자는 약 10만명. 이 중 2200여명이 사망했다. 

한국은 산업재해로 인한 근로자의 사망률은 미국이나 일본의 2~4배에 이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단연 1위다. 부상자 수도 만만치 않다. 9만명에 이르는 부상자 중 질병으로 치료받은 경우는 약 7000명. 부상자와 질병 치료자는 장기간 치료에 따르는 신체적 경제적 고통이 추가로 따른다.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 역시 엄청나다. 직접적인 경제손실액(산재보상금 지급액)은 약 3조5000억원이며, 직·간접손실을 포함한 경제적 손실 추정액은 17조원이 넘는다. 

다행히 산업재해의 심각함을 깨달은 근로자, 회사, 정부와 관련기관의 노력으로 국내 산업재해는 2010년을 기점으로 점차 개선돼 가고 있다. 지난해 산업재해율은 0.65%로 통계작성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여전히 OECD 국가와 비교해서 매우 높은 수치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산업재해는 근로자 개인이나 해당 사업장의 문제나 고통으로 볼 게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재해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민관의 역량을 더욱 집중해서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행정안전부와 머니투데이의 공동 기획으로 제작, 배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