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함양군의 정갑연(79) 할머니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염소 할머니’로 불린다. 할머니는 28년간 홀로 지내며 염소를 키웠다. 할머니에게 처음부터 가족이 없었던 건 아니다. 결혼한 지 3년만에 이혼 후 홀로 키우던 딸아이마저 병으로 잃었다. 서울의 공사장을 떠돌던 할머니가 돌아온 곳은 고향 함양 산골에 있는, 전기도안 들어오는 3평짜리 단칸방. 할머니는 이곳에서 염소 30마리를 키우며 번 돈 1억원을 안의고등학교에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민추천포상 수상자 24명을 선정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월 6일 이들에게 훈·포장을 수여했다. 지난해에는 영화 <울지마 톤즈>로 잘 알려진 고 이태석 신부 등 24명이 국민추천포상을 받았다.
올해는 기부와 봉사 외에도 인명 구조, 가족애 실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귀감이 된 분들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국민이 직접 추천한 후보 중에서 심사를 해 뽑았는데, 국민추천포상 시행 첫해였던 지난해에는 3백61명이 추천되었다. 올해에는 31퍼센트 늘어난 4백73명이 추천됐다.
정갑연 할머니를 비롯한 24팀의 국민추천포상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꼭 형편이 넉넉해야만 다른 이를 도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병마와 가난 같은 시련도 이들의 숭고한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보통 사람들의 나눔이 더 특별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경기도 성남에서 목회 활동을 하는 김정하(53) 목사는 구두를 닦아 번 돈을 모아 해외의 빈곤아동들을 위해 기부했다. 한 켤레에 2천원을 받아 한해 4백30만원가량을 모았다. 김 목사는 현재 루게릭병에 걸려 투병 중이다. 이제 구두는 못 닦지만 지인들에게서 후원금 2천5백만원을 받아 해외 아동들을 위해 기부했다.
설악산에서 등짐 운반을 하는 임기종(57)씨는 자신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면서도 장애인, 노인 등 소외계층을 위해 봉사하고 기부하는 삶을 살고 있다. 임씨는 봉사 대상자로 선정돼 상금 8백만원을 받자 지역의 노인들에게 효도관광을 시켜 드리기도 했다.
수상자 중에는 자신이 가진 기술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도운 이들도 있다. 서울 구의동의 이영수(58)씨는 지난 1998년 ‘보일러 명장’으로 선정되고 나서 받은 포상금 1천1백만원을 종잣돈으로 ‘사랑의 보일러 교실’을 만들었다. 이씨는 올해까지 5백여명에게 하루 수강료 9백원을 받으며 보일러 기술을 전수했다.
고영초(59)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원장은 35년간 소외계층에 의료봉사를 해 왔다. 경기도 시흥, 서울 영등포·혜화동 등 각지의 무료진료소에서 한 달에 여섯 번 이상 무료 진료를 하며 노숙자,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을 돕고 있다.
서울에서 병원을 운영 중인 최윤근(66) 원장은 지난 10년간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무료 진료 봉사를 해 왔다. 현재까지 진료한 외국인 근로자만 4만5천여명이다.
다른 사람을 돕다 목숨을 잃은 ‘의인’들은 이 세상이 아직 살 만 하다는 것을 일깨운다. 고 김택구(향년 50세)씨는 지난해 9월 바다에 빠진 초등생과 중학생을 구하려다 익사했다. 고 신상봉(향년 39세)씨는 지난해 11월 바다에 빠진 여성을 구한 후 자신은 파도에 휩쓸렸다. 뇌사상태에 빠진 신씨는 아내와 두 아이를 남겨두고 40여일 후 세상을 떠났다.
충남 부여의 윤청자(69)씨는 아들의 죽음을 나눔으로 승화시켰다. 천안함 피격으로 숨진 고 민평기 상사가 그의 아들이다. 윤씨는 유족보상금 중 1억여 원을 방위성금으로 기탁했다. 국민에게서 받은 성금도 군부대에 기탁했다.
이들의 나눔은 또 다른 나눔으로 번져 갔다. ‘염소 할머니’가 장학금을 기부한 안의고교 학생들은 ‘1인1나눔계좌 갖기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전교생 1백69명 중 1백50여명이 용돈을 아껴 나눔계좌를 만들었다. 정갑연 할머니의 나눔 정신은 이들을 통해 오래도록 이어져 갈 것이다.
글·하주희 기자
출처 : 위클리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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