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자마자 만취한 아버지의 손에 의해 던져져 입은 척추손상, 아버지의 자살과 어머니의 학대, 열세 살에 시작한 월급 3만원의 식모살이…. 하지만 어떤 고난도 김해영(47)씨의 삶에서 희망을 빼앗진 못했다.
국제사회복지사 김해영씨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아프리카와 미국, 부탄, 한국을 오가며 기술교육 등을 통해 나눔의 미덕을 실천하고 있다. 22년간 국제사회복지사로 활약해 온 김씨의 활동은 이번에 ‘국민훈장 목련장’이란 작은 보답을 받게 된 것이다.
수상에 대한 축하인사를 전하자 김씨는 해맑은 미소로 “기분이 너무 좋다”며 기쁨을 나타냈다.
“국민들의 추천으로 받게 된 상이란 점이 무엇보다도 영광스럽네요. 제가 처음 아프리카의 보츠와나로 건너가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누가 관심을 갖고 인정해 줄 것이란 생각은 하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많은 분에게 칭찬 받고, 이처럼 큰 상도 받게 되니 뭐라 말할 수 없이 기뻐요.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제 재능을 나누며 살아가란 의미로 주신 상이라고 생각해요.”
김씨는 1990년 보츠와나에 건너가 폐교 위기에 놓여 있던 현지 직업학교 교장을 맡아 14년간 주민들에게 편물기술을 전수하며 희망의 싹을 뿌려 왔다. 지난 2년간 계속해 오던 부탄개발 프로젝트도 빼놓을 수 없다. 남부아시아의 소국인 부탄의 섬유협회 초청으로 시작된 부탄개발 프로젝트는 섬유학교를 세워 빈민층 여성들에게 체계화한 편물기술을 지도해 재정적 자립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오랫동안 그가 활동해 온 남부 아프리카는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특히 열악한 지역이다. 케냐를 중심으로 한 아프리카 북부에는 외국의 교육기관과 봉사단체가 비교적 많이 들어와 있지만 그가 활동했던 보츠와나와 마다가스카르, 소말리아 등 남부 아프리카는 그러한 지원조차 충분치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6월 밀알복지재단 희망사업본부 본부장으로 취임, 앞으로 2년 동안 ‘SBS 아프리카 희망학교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특히 남부 아프리카의 열악한 현실 개선을 목적으로 한 이 프로젝트는 아프리카 각지에 학교 등 교육시설을 설립, 운영할 예정이다.“유치원에서부터 직업학교에 이르기까지 나라별 상황에 맞는 다양한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등 사회복지개발에 앞장설 예정입니다.
이 활동을 통해 아프리카에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아프리카를 돕느라 젊은 시절을 바친 그가 오히려 ‘아프리카에 빚을 지고 있다니. 이런 소박한 의문에 대해 김씨는 “제가 가진 기술로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곳이 바로 아프리카”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보답 받지 못하는 일에 매달리고 있는 건 아닌지 갈등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제게 ‘You are so beautiful’이라고 말해 준 그곳 주민·학생들이 있어 큰 힘이 됐어요. 그때 받은 사랑과 신뢰, 보람에 힘을 얻어 지금까지 제 일을 해 올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아프리카뿐 아니라 세상에 많은 빚을 지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했다. “10대에는 나라의 기술교육을 받아 편물기술자가 되어 일을 하고 돈을 벌 수 있었어요. 동생들의 교육도 시켜줄 수 있었고요. 생각해 보면 모두 감사하지요.”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겼다고 해서 지금까지 해 오던 일들을 소홀히 할 생각은 전혀 없다. 1년에 한 번은 짬을 내어 보츠와나의 직업학교를 찾아 아이들과 만나는 일도, 부탄개발 프로젝트도, 남제천의 아동보호시설에서 아이들의 검정고시 지도와 생활지도를 하는 일도 그에겐 소중한 시간들이다.
학업에 대한 열정도 포기할 수 없다. 컬럼비아대 사회복지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친 그는 “시간이 허락한다면 박사과정에 도전하고 싶다”고 공부에 대한 욕심을 내보였다.
“학위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공부에 대한 욕심이 있어요. 제 자신이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도전을 찾아다니는 걸 즐기기도 하고요. 공부를 통해 ‘나 같은 사람도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걸 많은 사람에게 보여줘 격려해 주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대륙을 오가며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남을 위하는 일이 결국은 나를 위하는 일임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그는 겸손한 대답을 했다.
“많은 분이 저의 활동을 보고 ‘어떻게 그렇게 헌신하는 삶을 살 수 있냐’고 물으시는데 그 표현은 옳지 않습니다. 저는 저를 희생해 ‘헌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 것을 나눔으로 해서 얻어지는 더 많은 기쁨을 위해 살고 있습니다. 제가 가진 것을 혼자 즐기는 삶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전 많은 사람과 나누는 행복을 선택한 것뿐입니다. 그러니까 헌신이 아니라 그저 제가 즐거운 삶을 살고 있을 뿐이지요.”
글·이윤진 객원기자
출처 :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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