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보면 급전이 필요할 때마다 피를 팔아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돈을 받고 피를 파는 ‘매혈’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성행했는데요.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절 매혈을 통해 근근히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고, 지금도 가난한 개발도상국에서는 매혈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매혈이 금지된 것은 1975년 매혈금지법이 제정되고 나서인데요. 무리해서 빈번하게피를 뽑다 보면 목숨을 잃을 우려도 있었고, 매혈을 통한 감염이나 바이러스 전파 등 관리 소홀로 인한 질병의 우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는 사람을 살리는 소중한 신체자원이기에, 이것을 돈을 받고 거래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하기 어렵다는 성숙한 인식이 형성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매혈에서 헌혈로 인식을 바꾼 세종로 ‘헌혈의 집’ 개관식>
매혈을 대체한 우리나라 헌혈의 역사
1970년대 혈액관리법 제정과 함께 매혈의 자리를 대체한 것은 헌혈입니다. 우리나라의 헌혈운동은 6.25전쟁 중에 수혈의 효과를 경험한 한국군의관이 수혈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작되었는데요. 모두 알다시피 피는 인공적으로 만들 수도, 또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도 없는 소중한 것입니다.
이런 소중한 피를 수혈이 필요한 사람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기증하는 것은 ‘사랑의 실천’이자 ‘고귀한 생명나눔’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시기에는 헌혈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고, 이동 인구가 많은 세종로 지하도와 명동에 ‘헌혈의 집’이 잇달아 지어지면서 혈액사업을 위한 체계적인 시설과 환경이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1954년 국립혈액원 개관 현장>
<1958년 대한적십자사 혈액원 개관식 시찰 모습>
<1971년 혈액분획제제공장 준공식장 입구>
안전행정부 국가기록원은 6월 14일 세계헌혈자의 날을 맞아, 나라기록포털(http://contents.archives.go.kr)에서 1950~80년대에 펼쳐진 각계각층의 헌혈운동 기록물을 공개했는데요. 동영상 10건, 사진 12건 등 총 22건으로 이루어진 이번 자료를 통해 그 동안 이어진 아름다운 생명나눔의 현장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팔을 걷어 올린 이웃사랑의 현장
이번 헌혈운동 기록에서는 군인, 학생, 시민들이 팔을 걷어 올리고 몸소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는데요.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960년대 파월 장병들을 위해 헌혈하는 시민들의 모습입니다. 당시 먼 이국땅에서 격전을 치르고, 상처 입은 장병들을 위해 아낌 없이 팔을 걷어 붙인 모습은 지금 봐도 눈시울이 뜨거워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1988년 석가탄신일을 맞아 벌인 스님들의 헌혈 보시, 1989년 서울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치러진 헌혈잔치 광경도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또한 세종로 지하에 국내 최초로 마련된 ‘헌혈의 집’ 개관식도 흔히 볼 수 없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1963년 파월 장병들을 위한 헌혈에 나선 서울시민들의 모습>
<1963년 혈액예치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1989년 서울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헌혈잔치>
<1989년 석가탄신일을 맞이해 헌혈 보시하는 스님들>
본인의 피를 뽑아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헌혈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귀한 활동입니다. 오늘은 세계헌혈자의 날입니다. 지금도 애타게 도움의 손길을 바라고 있는 수 많은 환우들을 위해 소중한 생명나눔 활동에 동참하는 것은 어떨까요? 가까운 헌혈의 집을 찾아 보세요. 맛있는 초코파이와 우유 외에도 한 생명을 살렸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행정자치부 소셜미디어 기자단 > 소셜미디어 기자단 생생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동네 사람들이 잘 사는 비결? '마을기업 박람회' 현장을 가다 (0) | 2013.06.18 |
---|---|
'런닝맨'에도 나왔던 바로 그 곳? 에너지에 관한 즐거운 체험,'서울 에너지 드림센터' (4) | 2013.06.17 |
희망의 새 시대, 당신이 만들어 갑니다. 2013 공직 박람회 in 춘천 (1) | 2013.06.14 |
공직 채용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어요! '2013 공직박람회 부산' (1) | 2013.06.13 |
'2013 공직 박람회 부산' , 알찬 정보가 가득했던 그곳으로 안내합니다! (1) | 2013.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