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원'으로 짚어보는 아동 성폭력 예방과 대처방안
지난달 안전행정부가 국가정책회의에서 보고한 4대악 국민안전체감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근절되어야 할 분야로 성폭력이 꼽혔습니다. 세부적으로는 50% 이상이 성폭력 피해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특히 여성은 성인(505명)의 66.9%, 여중고생(474명)의 67.9%가 성추행 등 성폭력 피해를 볼까 봐 불안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런 시기에,아동 성폭력에 대해 다룬 영화 '소원'의 시사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어 다녀왔습니다. 딱히 특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몇 해 전 우리를 경악에 빠뜨렸던 조두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아이 엄마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 중 엄마, 아빠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점이 있어 정리해 보았습니다.
평소에 아이에게 이렇게 가르쳐 주세요!
1. 어른은 아이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아요!
"있잖아요..그 아저씨가 우산씌워달라고 했는데요. 그냥 갈까 생각도 했는데요...
비맞는 아저씨한테는 우산을 씌워주는게 맞다고 생각해서...."
영화 '소원'의 주인공인 소원이가 한 말입니다. 이처럼, 아이들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어린이의 심리적 발달 단계에서. 10세 이하 어린이는 기본적으로 어른들이 하는 모든 말을 적절한 상황판단 없이 액면 그대로 믿기 때문에 어른들이 도와달라고 하는 것에 "NO"라는 대답을 하는 것을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어른은 굳이 아이의 도움이 없더라도 스스로 곤란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어른이 도움을 요청할 경우에는 다른 어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도움을 청하는 어른에 대한 가장 좋은 대처법입니다.
2. 혼자 다니는 것은 위험해요
되도록 부모님과 동행하거나 친구들과 동행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비단 성폭력 뿐만이 아니라 유괴, 미아 방지 등 다양한 사건 사고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어린 아동들에게 성폭력의 위험성에 대하여 가르치고 예방교육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또한 피해자들이 될 수 있는 아동들에게만 너무 예방법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에게 부모나 선생님들이 너무 “~에 가지 마라”, ~하면 큰일 난다”는 식의 교육을 하는 경우, 성폭력 사고를 당한 아이의 마음 속에는 내가 엄마 아빠 혹은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아서 이렇게 된거야”, “나는 엄마 말을 듣지 않았으니까 벌 받는 게 당연해”라는 식의 잘못된 죄책감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3. 매일 부모님과 이야기 하는 습관을 길러주세요.
평소에 아동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하는 것 등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기본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래야 아동에게 쉽게 말 못할 고민이 생겼다든지 어려움이 생겼을 경우, 속으로 고민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부모에게 털어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동 성폭력범의 경우에는 "너와 내가 한 일은 비밀이야"라고 말하거나 "다른 사람이 알게되면 잘못되고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 "라는 위협을 종종 가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가 부모님을 신뢰하고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이야기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4. "소중한 내 몸은 내꺼야, 다른사람이 만지면 안돼"라는 인식을 심어주세요.
아동들에게 자신의 몸이 소중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며, 자신의 소중한 몸을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만지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만일 다른 사람들이 아이 몸의 소중하고 은밀한 부분(아이들에게는 수영복 입을 때 가려지는 부분이라고 설명해 주면 좋다)을 만지려 할 때에는 아무리 상대방이 무섭고 나이가 많은 어른이라 할지라도 안돼요” 혹은 “싫어요”라고 말하고, 가능한 한 그 상황을 피하거나 도망쳐서 믿을 수 있는 다른 어른에게 말해야 한다고 알려주어야 합니다.
집에서 무조건 순종을 강요당한 아이는 다른 어른에게도 순종해야 한다고 은연 중에 믿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크게 잘못하는 것이 아니라면 아이가 "싫어" 라고 말할때 부모님이 아이의 의견을 수용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아이기 다른 사람에게도 명확하게 "싫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아이에게 성폭력 범죄가 발생한다면?
(출처: 여성가족부 홈페이지)
먼저, 위험상황에서 벗어나 친구와 가족에게 연락합니다. 그리고 가능한 빨리 성범죄 신고전화 112나 여성범죄 신고전화 1366에 신고하고 근처의 원스톱지원센터, 해바라기 여성 아동센터에 가서 진료를 받습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전까지는 모든 증거를 모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입었던 옷과 소지품은 그대로 보관하되, 옷은 각각 종이 봉투에 넣어 보관합니다. 그리고 불쾌하더라도 몸은 씻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따로이 음식이나 음식물을 먹지 말고, 진료가 모두 끝난 뒤 먹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당시 주변상황이나 가해자에 대한 내용을 기억나는 대로 기록하거나 녹취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다시금 상기하는 것은 무척 불쾌하고 힘든 일인만큼, 기록이나 녹취가 있으면 차후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아동성폭력의 경우 부모님의 대처가 향후 아이의 피해 극복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가장 먼저, 아이의 안정을 위해서 부모님이 침착한 태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피해 사실을 계속 중복해서 묻는다거나, 아이를 비난하는 말은 아이가 피해를 극복하지 못하고 부모와 제도의 도움을 제대로 받기 힘들게 합니다. 아이의 말을 믿어주고, 발생한 상황이 아이의 잘못이 아님을 주지시켜주시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점은 부모 혼자 발생한 상황을 감당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전문기관인 원스톱지원센터, 해바라기 여성아동센터 등을 통하여 의료적, 법률적, 제도적 도움을 충분히 받으시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4대 악 감축목표관리제를 도입하고 성과관리를 통해 근절해 나가겠다"고 밝힌바 있는데요, 국민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시급히 근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4대 악인 성폭력이 어서 빠르게 근절되기를 바라봅니다.
아이가 아프면 내가 대신 아파주고 싶고, 울면 내가 더 울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지요. 저도 한 사람의 아이 엄마로서, '아이가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어 이 세상 어떤 아이도 다시는 '제 2의 소원이'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