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1. 8. 10:32

 

'나만의 공부방'을 꿈꾸는 아이들

 

 

“제 소원이요? 음.... 매일 방바닥에 엎드려서 공부하는데, 제 책상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컴퓨터가 고장 났는데, 멋진 노트북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반 지하에서 여섯 식구가 함께 사는 중학교 1학년 윤정(가명)이의 소원은 예쁜 책상이 있는 자기만의 ‘공부방’을 갖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려운 집안 환경이지만 줄곧 우등상을 놓치지 않는 고등학교 2학년 수진(가명)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터넷 강의를 맘껏 볼 수 있는 ‘컴퓨터’입니다.

 

두 아이들의 작지만 간절한 소원,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요?

 

 

 

 

 

아이들의 소원이 이뤄지는 날!

 

고층의 아파트 사이로 광진구 자양동의 골목길은 미로같이 비좁은 길이 이어집니다.  그 골목길 끝에 ‘동물사육사’가 꿈인 윤정이의 집이 있습니다. 좁은 집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청각장애인 아빠...  여섯 식구가 함께 단란하게 살고 있지요. 그동안 ‘공부방’은 꿈도 꾸질 못했다는 윤정이는 학교에 가고 할머니께서 반겨주십니다.

 

오늘 윤정이의 소원인 공부방을 만들어 줄 사람들... 바로 광진구청의 ‘희망나눔팀’과 어린이재단 그리고 기업의 자원봉사단입니다.

 

윤정이처럼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 4명의 가정에 깔끔한 공부방을 꾸며주어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오늘의 미션!

 

 

'꿈과 희망의 공부방'을 위해 한 자리에 모인 자원봉사자들

 

 

광진구청 희망나눔팀의  김미영 팀장은 "구에서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가정들을 대상으로 사례 관리를 통해 입체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공공부조 뿐 아니라 지역 내 서비스 자원을 이끌어 내 지원하고 해결을 모색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이번 공부방 사업도 그 일환으로 주거환경과 학습환경이 열악한 가정을 선정해  청소년들이 예쁜 공부방에서 자신들의 꿈을 펼치고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원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광진구청 '희망나눔팀'은 사례관리 회의를 통해 소외계층에게 다각적인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20여 명의 자원봉사단은 각 팀으로 나뉘어 공부방 수리에 나섰는데요, 곰팡이로 얼룩진 낡은 벽지를 뜯는 일부터 시작됐습니다.

 

묵은 먼지가 풀풀 날리는 좁은 방, 봉사단은 묵묵히 자신들의 손길로 학생들에게 작은 희망이 자라나게 할 수 있다는데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한 가정을 찾았습니다.  반지하에서 병마와 싸우고 있는 엄마와 세 자녀가 살고 있다는데요, 엄마는 "그동안 아이들에게 공부방 하나 마련해 주지 못해 정말 미안했는데, 이렇게 아이들의 공부방이 생겨 정말 감사하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리고 "꼭 아이들이 이 다음에 자라면 지금처럼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깨끗한 벽지를 바르고, 반짝반짝 장판을 깔고 나니 어느새 책상과 옷장 등 가구가 배달되었는데요, 깔끔한 방과 정말 잘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아이들의 소원인 새 컴퓨터도 책상 위에서 그 자태를 뽐냅니다.

 

고등학생 노을(가명)이는 "학교에서 궁금해 오늘 조퇴까지 하고 왔다"면서 공부방을 보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꼭 엄마를 위해 좋은 곳에 취직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는데요, 아마도 그 꿈 오늘의 공부방이 생긴 소원이 이뤄지듯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뜻한 모습으로 변신한 '꿈과 희망의 공부방'

 

 

이른 아침부터 시작한 작업은 해가 떨어진 늦은 오후에서야  모두 끝이 났습니다.  어두침침했던 방은 정말 온데간데 없고,  아이들은 예쁘게 꾸며진 공부방에 각자의 문패를 정성껏 달고 난 후에야 정말 '내 공부방'이라는 실감이 나나 봅니다.

 

아이들와 가족들은 이렇게 도와주신 분들이 계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허리를 굽혀 인사했습니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착하고 바르게 살아온 가정이라 이렇게 멋진 깜짝 선물이 전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공부방 하나가 이렇게 큰 희망과 꿈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동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쌀쌀한 계절이 오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 수록 우리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볼 때가 아닐까 합니다.  작은 도움의 손길이 어쩌면 '꿈과 희망의 공부방'의 아이들에게 큰 선물이 되듯,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기운이 되어 훈훈하고 살맛 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