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갖춘 전통시장이 몰려온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망원동월드컵시장은 주택가 작은 골목에 형성돼 있지만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가까운 곳에 대형마트가 있어도 시장은 고객들로 북적인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못지않게 점포들이 깨끗한데다 ‘좋은 물건을 싸게 파는 곳’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부터다.
1백20여 명(점포 수 55개) 상인들의 대변자인 홍지광 상인회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이곳 역시 대형마트에 밀려 상권이 죽어가고 있던 곳인데 정부의 시설현대화 사업 지원과 상인들의 경영혁신으로 회생했다”고 말했다.
망원동월드컵시장은 2002년 정부의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에 따라 시설현대화 사업을 벌였다. 통로에 아케이드를 설치해 비가 내려도 고객들이 불편함 없이 장을 보게 했고, 빗물하수관을 설치해 빗물이 바닥에 고여 지저분해지는 일이 없도록 했다. 또 정부가 시행하는 원산지 표시제를 지키고, 초기에 저조했던 전통시장상품권 가맹률을 1백퍼센트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시장 전체의 매출이 20~30퍼센트가량 증가했다.
홍 회장은 “시설현대화 사업에 들어간 비용이 총 17여억 원인데, 이 중 10퍼센트만 상인들이 부담했을 뿐 나머지는 정부와 서울시에서 지원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배추 파동 때는 정부의 지원으로 산지에서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 저렴한 가격으로 파는 이벤트를 벌였는데, 이 역시 고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곳은 지금도 1년에 두세 차례씩 경품 추첨 등의 사은행사를 열어 고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제주도 서귀포에 위치한 서귀포올레매일시장(구 서귀포매일시장)은 제주 올레길을 찾는 이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코스다. 개폐식 돔형 아케이드가 설치된 이곳 중앙통로 한가운데에는 길이 1백10미터, 폭 1.5미터의 물길이 흐른다. 2010년 이곳 상인회가 ‘문화관광형시장’으로 특화하기 위해 건설한 인공 개울이다. 상인회 측은 편안한 쇼핑을 위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 시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전통시장을 관통하는 올레길이 있어 걷기가 더욱 즐겁다”고 입을 모은다.
상인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현상철씨는 “2006년 서귀포 시내에 10여 개의 대형마트가 속속 문을 열면서 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귀포올레매일시장의 매출이 40퍼센트 급감했다”며 “그 자구책으로 제주 올레길이 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에 착안해 시장을 관광명소로 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물길에는 각종 물고기와 수생식물 등이 서식해 유치원생들의 생태학습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현상철 사무국장은 “하루 평균 5천명에 불과했던 고객이 현재 1만2천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과거에는 노인들만 찾았는데 이제는 젊은 학생들과 주부들도 즐겨 찾는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지저분하고 불편한 곳으로 간주돼 왔던 전통시장이 정부가 추진해 온 시설현대화와 경영혁신 사업, 공동 마케팅과 홍보 사업, 관광명소화 사업 등에 힘입어 깨끗하고 친절한 쇼핑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현재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기관은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진흥원이다. 이 기관이 지난 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전통시장특별법’ 제정 후 정부가 추진해 온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으로 전통시장 매출과 고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현대화를 추진한 시장의 경우 매출이 13.9퍼센트, 고객이 7.4퍼센트가 늘었고,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한 시장의 경우 매출이 14.9퍼센트, 고객이 11.9퍼센트 증가했다. 빈 점포율도 2006년 12.6퍼센트에서 2010년 10.8퍼센트로 감소했다.
정부는 전통시장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올해 전국 3백30개 시장에 총 3천1백91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출처 -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