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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디자이너가 소개하는 '이런 한글꼴 알고 계시나요?'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10. 10. 09:30


지난 주말은 10월 9일 한글날이었습니다. 한글날을 보내면서 '아름다운 우리 한글체'에 대해 여러분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해졋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글을 씁니다. 하지만 종이에 쓸 때의 한글은 다 같은 한글이 아니지요. 사람들마다 지문이 다르듯이 각자 다른 필체로 한글을 씁니다. 이것이 어느 정도 양식을 갖추고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면 ‘서체’라는 말로 불리게 됩니다.

서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한자의 전서체, 해서체 등 좀 고루한 의미로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하지만 우리가 매일 같이 사용하는 워드 프로그램이나 미니홈피에 표기된 돋음, 굴림, 바탕, 궁서, 명조 등도 모두 서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순 우리말로는 ‘글꼴’이라고 합니다.

서체는 각기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나 기관에서는 자신들을 대표하는 아이덴티티로 전용서체를 만들어 쓰는 곳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올레KT’로 유명한 KT의 올레체, 현대카드가 유명하구요. 지방자치단체 중에는 서울시의 서울남산체, 서울한강체 등이 폭넓게 쓰이고 있습니다. 그럼 한글날을 맞이하여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는 다양한 서체들을 한번 알아볼까요?



지하철을 탈 때마다, 거리를 걸을 때마다 볼 수 있는 서울남산체


지방자치단체 전용서체 중 가장 크게 성공한 사례로는 서울남산체를 들 수 있습니다. 서울남산체는 서울한강체와 함께 2008년 서울을 대표하는 서체로 개발되었습니다. 도시 브랜드 육성을 위해 서울상징 해치, 서울색, 서울서체로 동시에 개발되었는데요. 일상에서는 서울한강체보다는 서울남산체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인구 1000만 도시 서울답게 서울시 전용서체의 활용범위도 넓은데요. 우선 대부분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철역, 그리고 거리를 구분하는 표지판, 각종 서울 시설물 등 한 번 보면 ‘아아~ 이 글자’하실 분들이 많을 겁니다. 서울남산체와 서울한강체는 디자인서울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시 뿐만 아니라 각종 단체나 개인들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는 성공적인 서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서체 다운 http://design.seoul.go.kr



현대카드, KT올레… 가장 성공적인 기업전용서체

그럼 기업의 경우는 어떨까요?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현대카드 전용서체를 들 수 있습니다. 현대카드 전용서체는 카드 디자인은 물론 광고, 전시 등 다양한 방면에서 사용되고 있는데요. 특히 현대카드와 함께 현대 캐피탈과 같은 계열사에서도 통합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브랜드 구축 차원에서 탁월한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아마 신문광고나 거리에서 나눠주는 현대캐피탈 포스트잇 등에서 많이 보셨을 거예요.


 

다음으로는 KT올레의 올레체가 있습니다. KT 같은 통신사의 경우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치열한 마케팅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잘 알고 계시죠? KT는 그간 SHOW, QOOK 등 다양한 브랜드를 알려왔는데요. 이번 올레 브랜드에서는 전용서체인 ‘올레체’를 만들어 확실한 브랜드 구축을 꽤하고 있습니다. 환호를 뜻하는 ‘올레’라는 단어처럼 서체 역시 조금은 들뜬 분위기인데요.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인해 왠만한 사람들은 서체만 보고도 올레KT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었습니다.




모바일 시대, 더욱 세분화되고 있는 한글서체 시장


최근에는 이런 기업, 기관용 서체를 벗어나서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서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먼저 싸이월드 같은 개인 미니홈페이지를 다양한 폰트로 꾸미고자 하는 사용자들의 수요로, 이제껏 많은 웹전용 서체가 만들어졌고, 최근에는 모바일 시대에 발맞춰 스마트폰 등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서체도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그 이전부터 문자메시지용 서체는 계속 개발되어 왔구요. 최근에는 연예인들의 손글씨를 서체로 만들기도 합니다.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 개인의 필체에 착안해,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 있는 유명연예인들의 글씨체를 상품화시킨 것이죠.



 



일반서체에서 전용서체처럼 굳어버린 구글 로고

한글은 아니지만 재미있는 사례를 하나 소개합니다. 전용서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마치 전용서체처럼 인식되고 있는 글자도 있습니다. 바로 구글의 로고인 ‘Google’이죠. 서체를 보면 아시겠지만 구글의 로고는 워드 프로그램에 있는 기본 서체 중 하나에다가 색깔을 넣고 풍선효과를 넣은 정말 기초적인 글자인데요. 마치 포토샵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 글자에다 이것저것 효과를 적용해 보듯, 디자인적인 시각에서 보면 한 회사의 로고라고 하기에는 정말 성의 없는(?) 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업자 두 명이 모두 디자인적인 센스는 가지고 있지 않았나봅니다.

하지만 구글이 뜨고 나자 이 구글 로고도 눈에 익숙해졌고, 기교를 부리지 않은 심플한 글자가 이뻐 보인다는 평도 듣고 있습니다. 구글은 로고 자체로는 그다지 훌륭하다고 할 수 없지만, 각종 기념일과 명절, 역사적인 날 등에 로고를 독창적으로 디자인한 ‘두들(Doodle)’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 한글날 관련 두들을 보여드리면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


 


 


 


 

어떠셨나요? 정말 다양한 한글서체들이 있죠? 직접 손으로 쓰는 손 글씨의 매력만큼은 아니지만, 저렇게 하나의 틀을 가진 다양한 한글서체들이 우리 한글을 더욱 다채롭게 빛내고 있는 것 같아 기쁩니다. 한글은 참 가능성이 많은 글자입니다. 기능적으로는 물론이고 디자인적으로도 무한히 확장해 나갈 수 있거든요. 이런 훌륭한 글자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거리를 지날 때마다 ‘저것은 무슨 서체일까?’하는 호기심을 한번 가져보세요. 한글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