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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추천포상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7. 18. 09:29
1990년 일흔여섯 살 이복순 할머니가 충남대를 찾아가 시가 50억원의 부동산과 현금 1억원을 내놓았다. 할머니가 대전에서 40년 동안 홀로 외아들을 키우며 김밥 도시락을 팔고 여관을 꾸려 번 돈이었다. 할머니는 "땀과 눈물로 축적한 제 모든 재산을 충남대에 바친다. 젊은이들을 잘 이끌어 달라"고 부탁했다. 지금까지 250명 넘는 학생들이 할머니가 남긴 장학금을 받았다.
▶1992년 세상을 뜬 이복순 할머니의 삶은 지난해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기부문화를 이끈 아름다운 사람' 이야기로 실렸다. 우리 사회엔 그런 '김밥할머니'들이 적지 않다. 2005년 아름다운재단이 지난 35년 동안 언론에 보도된 어르신들의 기부금을 조사했더니 95건 1149억5600만원이나 됐다. 할머니가 87명으로, 할아버지 8명보다 훨씬 더 많았다. 직업은 대부분 식당·보따리장사·삯바느질이었다.
▶엊그제 청와대에서 기부와 봉사로 이웃을 부축해온 24명이 첫 국민추천포상제에 따라 훈장과 표창을 받았다. 행정안전부가 인터넷과 편지로 국민이 추천한 361명을 심사해 선정했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의사·교사·성직자로 봉사하다 암으로 세상을 뜬 이태석 신부에겐 최고 국민훈장인 무궁화장이 돌아갔다. 그리고는 소금장수, 택시기사, 트럭운전사, 무료 국숫집 주인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이름 없는 보통사람들이었다.
▶동백장을 받은 여든일곱 살 황금자 할머니는 식모살이를 하며 어렵게 살아오면서도 폐지와 빈병을 팔아 모은 1억원을 2006년 서울 강서구 장학회에 기부했다. 할머니 덕분에 강서구 직원과 주민들 사이에 매달 1만원씩 기부하는 운동이 일어났다. 강경환씨는 열세 살 때 지뢰사고로 두 손을 잃고도 염전을 일궜다. 그는 한 해 수입 3500만원 가운데 10%를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돕기에 쓰면서 '인간 소금'이 돼 왔다. 제주도 중소기업인 양재옥씨는 25년 동안 남몰래 3억원을 이웃 돕기에 썼고 다문화가정과 장애인 18명을 채용했다.
▶스물네 분에게 돌아간 훈장과 표창은 '국민이 준 훈장'인 셈이다. 높은 자리에 있거나 돈이 많거나 유명하지도 않지만 누구보다 이웃들이 알아보고 고마워한 분들이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 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많은 이들이 이분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으며 영혼의 목마름을 풀었을 것이다. 그 정신과 선행을 본떠 따라 하는 것이 훈장보다 더 진정한 보답이 아닐까.
출처 - 조선일보 오피니언 [만물상] 박해현 논설위원
▶1992년 세상을 뜬 이복순 할머니의 삶은 지난해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기부문화를 이끈 아름다운 사람' 이야기로 실렸다. 우리 사회엔 그런 '김밥할머니'들이 적지 않다. 2005년 아름다운재단이 지난 35년 동안 언론에 보도된 어르신들의 기부금을 조사했더니 95건 1149억5600만원이나 됐다. 할머니가 87명으로, 할아버지 8명보다 훨씬 더 많았다. 직업은 대부분 식당·보따리장사·삯바느질이었다.
▶엊그제 청와대에서 기부와 봉사로 이웃을 부축해온 24명이 첫 국민추천포상제에 따라 훈장과 표창을 받았다. 행정안전부가 인터넷과 편지로 국민이 추천한 361명을 심사해 선정했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의사·교사·성직자로 봉사하다 암으로 세상을 뜬 이태석 신부에겐 최고 국민훈장인 무궁화장이 돌아갔다. 그리고는 소금장수, 택시기사, 트럭운전사, 무료 국숫집 주인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이름 없는 보통사람들이었다.
▶동백장을 받은 여든일곱 살 황금자 할머니는 식모살이를 하며 어렵게 살아오면서도 폐지와 빈병을 팔아 모은 1억원을 2006년 서울 강서구 장학회에 기부했다. 할머니 덕분에 강서구 직원과 주민들 사이에 매달 1만원씩 기부하는 운동이 일어났다. 강경환씨는 열세 살 때 지뢰사고로 두 손을 잃고도 염전을 일궜다. 그는 한 해 수입 3500만원 가운데 10%를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돕기에 쓰면서 '인간 소금'이 돼 왔다. 제주도 중소기업인 양재옥씨는 25년 동안 남몰래 3억원을 이웃 돕기에 썼고 다문화가정과 장애인 18명을 채용했다.
▶스물네 분에게 돌아간 훈장과 표창은 '국민이 준 훈장'인 셈이다. 높은 자리에 있거나 돈이 많거나 유명하지도 않지만 누구보다 이웃들이 알아보고 고마워한 분들이다.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 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많은 이들이 이분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으며 영혼의 목마름을 풀었을 것이다. 그 정신과 선행을 본떠 따라 하는 것이 훈장보다 더 진정한 보답이 아닐까.
출처 - 조선일보 오피니언 [만물상] 박해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