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사는 법) 개발도상국에 선진행정 노하우를 전파하는 중장기자문단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작년부터 ‘WFK(World Friends Korea: 2009년부터 각 부처에서 시행하는 해외봉사사업을 하나로 통합한 사업)사업’의 일환으로 중장기자문단(World Friend Advisors) 파견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은 국내 퇴직인력의 해외진출을 활성화하고 해당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전수함으로써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년에는 6월에 19명, 10월에 26명이 선발됐다.
금년에도 1차로 14명이 선발됐다. 중장기자문단에 선발된 14명은 지난 6월 6~10일 서울 양재동 소재 한국국제협력단 해외봉사단 훈련센터에서 4박5일간 합숙하면서 ▲봉사활동의 원칙과 실제 ▲국제개발협력의 동향과 범세계적 이슈 등 국제적 안목 함양 ▲프로젝트 관리 ▲문화적응력 및 한국문화 이해 증진 ▲공동체 의식 함양과 체력배양 등 ‘파견 전 소양교육’을 받았다.
6월 13~15일 컴퓨터 활용 등 직무교육을 끝으로 7월 중 출국할 예정이다. 이들은 6개월 혹은 1년 단위로 엘살바도르·탄자니아·몽골·에콰도르·파키스탄·인도네시아·베트남·스리랑카·몽골·우간다·방글라데시·르완다로 파견되어 교육·농촌개발·산업에너지·도시개발·직업훈련·축산·임업·인적자원관리·선거관리·보건위생·컴퓨터·지역사회개발 등에 관해 조언하게 된다.
중장기자문단 단원들의 이력은 다양하다. 전직 교수, 의사, 민간 기술연구소 연구원, 산림전문가 등…. 그중에는 전직 고급 공무원과 예비역 장교도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6월 8일 중장기자문단원들이 교육을 받고 있는 국제협력단 해외봉사단 훈련센터를 찾았다.
안평국(64) 전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1급)은 1980년 총무처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래 전남·경기·인천·서울 등의 일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근무하다가 2007년 퇴직했다. 안 전 상임위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몽골 선거관리위원회로 파견되어 1년간 투·개표 시스템 전산화에 대해 조언하게 된다.
그는 “평생 우리 사회와 대한민국으로부터 받고만 살았다는 생각에서 65세 이후의 삶은 남에게 무엇인가 되돌려주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해 왔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퇴직 후 영어·중국어 등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마침 몽골에 파견 기회가 생겼다”고 기뻐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자에게는 기회가 온다’더니 그 말이 맞더군요. 제가 생각하던 것보다 2~3년 앞서 그 기회가 온 것 같아요. 1984년 아시아재단의 후원으로 미국에 가서 선거 전산화 시스템에 대해 연수를 받고 돌아왔는데, 이제 제가 IT강국 대한민국의 선거 전산화 노하우를 다른 나라에 전수하게 되어 가슴 뿌듯합니다.”
퇴직을 앞두고 공로연수 중인 박융성(61) 전 서울시 종로구청 도시관리국장은 1970년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하여 중간에 기술고시에 합격해 서울시 종합건설본부·건설안전본부·균형발전본부와 종로·송파·강북·성북구청 등에서 도시개발 관련 업무를 맡아 왔다. 그는 우리나라의 대덕단지와 인천 송도국제신도시를 벤치마킹해 과학지식도시를 건설하려는 에콰도르의 국가기획개발부에 파견되어 6개월간 일할 예정이다.
“퇴직 후 무슨 일을 하면 보람이 있을까를 생각해 왔습니다. 마침 딸이 국제개발 석사 과정을 밟고 있어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와 역사와 문화가 다른 중남미 국가들은 도시 자체도 많이 다르겠지만, 제 평생의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지금 서울시에서 시행 중인 버스중앙차로제는 남미에서 우리가 배워온 것입니다. 이번 파견은 비단 우리의 경험을 전수할 뿐만 아니라, 저도 많은 것을 배워올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심재구(59) 예비역 육군대령은 육사(32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령부·한미연합야전군사령부 등 전후방 각급 부대에서 33년간 군생활을 하다가 2008년 예편했다. 그는 군 시절 인력 및 시설관리, 교육훈련 등의 경험을 살려 스리랑카의 공공관리개혁부에서 6개월간 공공기관 성과평가제도에 관해 조언할 예정이다.
그가 중장기자문단에 응하게 된 것은 주미얀마대사관에서 무관으로 근무했을 때의 경험 때문이라고 한다.
“당시 미얀마에 나와 있는 KOICA 소장이나 해외봉사단 대원들과 만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해외봉사를 나온 젊은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가 가진 달란트(재능)로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도 보람 있는 노후를 보내는 좋은 방법이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마침 KOICA에서 인적자원관리 분야의 인력을 모집한다기에 군 시절 경험이나 대학원에서 공부한 전공과 맞아 응모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6개월이라는 파견기간에 대해서는 “너무 짧다”면서 아쉬움을 표시했다.
“현지 공무원들과 협의해서 공공기관 성과평가제도의 도구를 시험개발하고, 이를 적용해 본 후 피드백 과정을 거쳐 본격적으로 적용하고, 이를 다시 개량하고 전파·홍보하려면, 최소한 2년은 걸릴 것입니다. 이왕 남의 나라를 도와주려면 제대로 도와줄 수 있도록 좀 더 충분한 시간을 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글·배진영 기자
출처 - 위클리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