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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 소셜미디어 기자단/소셜미디어 기자단 생생현장

‘다온나!’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지는 경주 속으로!

‘다온나!’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지는 경주 속으로!



▲ 경주 중앙시장 야시장


‘1000년’ 신라의 수도, 경주. 이곳은 여전히 신라의 향기가 물씬 풍깁니다. 불국사, 첨성대, 석굴암 등 신라시대 대표적인 유적들과 건축물들이 많고 경주를 에워싸는 수많은 역대 신라 왕릉들은 신라의 위엄을 보여줍니다. 


신라가 멸망한 지 1,000년을 훌쩍 넘긴 경주는 전국 학생들의 수학여행 1번지가 되었습니다. 각지에서 온 학생들의 학습공간이자 학생들의 좋은 추억들을 남기는 곳으로 바뀌었죠. 옛 신라의 수도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현대적인 흐름과 거리가 멀 것 같은 경주.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경주의 옛 흐름이 변모하고 있습니다. 



‘내가 제일 잘 나가!’ 신라의 달밤을 밝히는 경주 중앙시장 야시장


▲ 야시장이 경주의 밤을 점점 환하게 밝히고 있다


경주의 밤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경주는 유물, 유적관람 등 관광도시여서 주로 낮 시간대에 활발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경주의 밤이 밝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경주 중앙시장 야시장입니다. 최근 여행객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곳이기도 한데요.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경주 중앙시장은 오랫동안 가시장으로 운영을 하다가 1983년부터 본격적으로 개설된 곳입니다. 700여개의 상설점포와 2,000여 명이 넘는 상인들이 존재하는 대형 시장이죠. 


하지만 전국적으로 재래시장의 규모가 줄어들면서 중앙시장도 어려움을 맞곤 했습니다. 이를 탈출하고자 만든 것이 야시장입니다. 올해 4월부터 열린 야시장은 경주의 밤 먹거리를 책임지면서 시장의 부활과 함께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고 전국적으로 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중앙시장 내 북쪽 아케이드에 개장하는 야시장은 매일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문을 엽니다. 길이 75m에 신토불이존과 다문화존, 로컬존 등 26개의 판매대를 갖춰 다양한 음식들을 조리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점포마다 다양한 먹거리로 풍성한데, 쌀국수, 쌈, 케밥, 돼지고기 등 한식과 세계음식이 고루 있어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은 각자 사온 음식들을 중앙 거리로 가져가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먹을 수 있습니다. 동네 주민들부터 찾아온 관광객들까지 한데 어울려 담소를 나눌 수 있죠. 더구나 중앙 무대서 펼쳐지는 공연을 통해 흥까지 돋우게 해줍니다. 야시장을 개장한 지 4개월 남짓 흘렀지만 빠른 속도로 경주 중앙시장 야시장이 경주의 ‘핫 플레이스’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관광도시 경주의 새로운 야간관광 상품으로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운다


경주 중앙시장 야시장 관계자는 “우리는 다른 곳처럼 관광지를 만들기 위한 야시장이 아니다.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춘 도시라서 관광객들이 시장에도 발길을 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더 홍보와 마케팅에 신경 쓰고 있다. 다양한 동영상을 올리면서 야시장을 홍보하는 중이다”라고 전했습니다. 


경주 중앙시장 야시장은 또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다온나’ 야시장. 다온나란, ‘모두 오세요’를 경상도 사투리로 친숙하게 표현한 단어입니다. 야시장은 다온나라는 브랜드화 시켜서 중앙시장 야시장을 더 크게 키우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시장 관계자는 “우리 야시장은 브랜드화 마케팅 하고 있다”면서 “기념품이나 구매 품목마다 다온나 로고를 붙여서 시장 안에 브랜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브랜드 통해서 개개인 점포를 찾아오는 것이 아닌 브랜드를 통해 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 야시장 중앙무대


이어 그는 “처음에는 노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시장이다 보니까 청년 상인들이 힘들었다. 하지만 홍보와 마케팅에 중점을 두면서 젊은 층들이 유입할 수 있게 신경 썼다. 요즘은 내일로 여행 통해서 경주 방문과 함께 시장도 오고 있다. 점점 매출이 늘고 있다”라고 말하며 야시장을 홍보했습니다. 


옛 도시 속 전통 시장에서 현대적인 흐름이 가미가 돼 부활의 날개 짓을 펴는 경주 중앙시장 야시장. 야시장으로 주변 상권들이 부활하는 모습이 매우 눈에 띄었습니다.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전통과 현대를 잇다 ‘누비장’ 김해자 선생님


▲ 누비장 김해자 선생님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이 드라마 대사를 기억하시나요? 전국을 강타했던 드라마 속 대사다 보니 당시엔 여러 패러디가 나올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한 땀 한 땀 만드는 장인,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유문화인 ‘누비’, 그리고 유일한 ‘누비장’ 김해자 선생님입니다.   


누비는 ‘옷을 기웠다’라는 뜻으로 바느질법의 한 종류입니다. 두겹의 옷감을 덧대어 촘촘히 홈질해 만드는 재봉법입니다. 옷감의 보온과 보강을 위해 겉감과 안감 사이에 솜, 털, 종이 등을 넣거나 아무것도 넣지 않고 홈질해 만듭니다. 그리고 승려들이 해진 옷을 기워서 입던 납의에서 유래된 누비는 방한과 내구성, 실용성이 뛰어나 크게 발달한 바느질법입니다. 


▲ 누비옷


0.5cm 간격으로 끊임없이 이어진 고른 바느질인 누비는 간격과 형태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다릅니다. 평누비, 드문누비, 중누비, 잔누비, 오목누비 등 다양하게 누비법을 나누어 불렸습니다. 누비는 보온성을 살라이고 천을 해지지 않게 하는 실용의 미학이 담겨 있어서 예부터 사람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누비는 옛 선조 생활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누비옷은 화려함보다 볼수록 은은한 멋을 냅니다. 수백년이 지나도 완벽한 모습으로 출토된 만큼 정교하게 한 땀 한 땀 살아있죠. 누비한복은 여느 한복과 달리 만드는 게 다른데, 바느질부터 까다롭습니다. 옷 전체를 고르게 펴서 천과 천 사이에 솜을 넣은 후, 누빌 부분에 올을 따라 시침질을 합니다. 이 때, 실은 천의 재질에 따라 면에는 면실, 명주에는 명주실을 사용해야 해요. 천도 천연 섬유로만 쓰이고요. 이후, 모서리의 귀를 잘 맞추면 본격적인 바느질 작업이 시작됩니다. 


▲ 천연 재료로 색깔을 내는 누비옷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누비옷 한 벌이 만들어지는 시간은 약 20일. 그 기간 곧은 자세로 차분하게 바느질을 계속 해야 가능합니다. 작은 바늘의 섬세함과 차분한 마음이 없이는 만들 수 없죠. 기계로 뽑는 다른 옷보다 훨씬 느리고 긴 작업이지만 누비가 만들어 내는 섬세함과 정교함은 어느 기계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예술 작품이 탄생합니다. 30만 번 이상의 바느질이 만들어낸 단순함의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현재 누비는 좀처럼 보기 힘듭니다. 우리 의식에서 점점 잊혀져가는 누비에 대한 명맥을 이어온 유일한 분이 있습니다. 40년동안 전통 누비옷을 만든 김해자 선생입니다. 경북 김천 출생인 김해자 선생은 서울에서 왕실 침방나인이었던 성옥염 여사와 선복스님에게서 바느질과 누비기법을 배운 후로, 줄곧 외길 인생을 걸었습니다. 주로 사찰에서 시간을 보내며 전국에 흩어져 있는 고유복식을 찾아다니며 전통 누비옷 기법을 익혔습니다.


▲ 누비옷에 대해 설명하는 김해자 선생님


▲ 누비옷


김해자 선생은 1992년 제17회 전승공예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으며 이목을 끌었고 1996년에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아 중요무형문화재 제107호 누비장 기능보유자로 인정받았습니다. 당시 40대의 최연소 무형문화재 보유자였고 최초의 누비장이 됐습니다. 


기교가 없는 바느질처럼 오직 한 길로만 달려온 장인은 ‘누비의 대중화’를 목표로 누비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국제퀼트박람회에 참가하는 것부터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누비옷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또한, 현대 감각적인 디자인을 살려 색다른 누비옷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소개하면서 새로운 누비옷들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김해자 선생은 현재 10년 가까이 서울에서 운영했던 누비문화원을 닫고 경주에서 누비공방을 차려 누비의 맥을 이어가고 발전시키는 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 경주시 탑동에 위치한 김해자 선생 누비공방


김해자 선생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의식주라고 한다. 이처럼 누비는 우리나라 고유문화 중 가장 중요한 의(衣)에 해당한다. 작은 바느질에 불과할지 몰라도 우리나라가 대대로 이어져 온 정신문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젊은이들을 비롯한 우리나라 국민이 이 문화에 대해 알고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60대 이상이신 분들은 바느질에 대한 정서가 있지만 젊은 층들은 모르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 미래를 짊어질 그들이기 때문에 이런 중요한 문화와 가치를 알았으면 좋겠다. 현재,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바느질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언제든 이곳에 오시면 누비를 알려드리고 있다. 나라가 열심히 지원하고 사람들이 계속 관심을 가져준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누비가 대중에 널리 퍼질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누비와 누비장 김해자 선생님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누비장 김해자 홈페이지 (http://www.nubi107.com)에 접속하세요.


경주는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도시입니다. 우리나라 전통과 현대적 감각이 만나 점점 파급효과를 나타내며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신라의 수도,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로만 여겨졌던 경주가 그 이미지를 벗어나 또 한 번의 놀라운 모습으로 변모를 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