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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가 말해요/행정자치부 소식통

한 귀엔 산바람, 한 귀엔 물바람 '라라라 자전거'


남한강 젖줄부터 영호남의 낙동강과 영산강, 중부의 금강까지 4대강을 따라 자전거길이 연결됐다. 이 길은 끊어진 철길을 연결해 사람들의 마음을 이었고 수변 도로를 따라 달리는 자전거길엔 녹색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달라진 4대강 유역을 본지 여기자들이 직접 자전거를 타고 달려봤다. 지난 18일의 일이다.


27km에 달하는 폐철도. 2008년 11월 폐선된 이 철도에 더 이상 기차 소리는 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3년이 흘렀다. 폐철도를 시멘트가 대신 메웠다. 그 길을 이젠 기차가 아닌 자전거가 달린다. 지난 8일 개통한 '남한강 녹색 자전거길' 얘기다.

옛 중앙선 팔당역에서 능내역, 양수역, 국수역 등을 지나 양평에 이르기까지. 자전거길로 탈바꿈한 기찻길엔 기적 소리 대신 자전거 페달 밟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날 찾은 '남한강 녹색 자전거길'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자전거길이 시작되는 경기 남양주시 팔당대교. 색색의 사이클복을 갖춰 입고 헬멧까지 챙겨 쓴 한 무리의 자전거 부대가 짧은 여정을 앞두고 출발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인사를 건네자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사람 한 명이 반갑게 인사를 받는다. 자전거를 타러 일부러 구리시에서 이곳까지 왔다는 주부 이명희(47)씨다. 그는 "지난주에도 이곳에 와서 양평까지 다녀왔다"며 "남한강 자전거길은 가깝기도 하지만 길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이 아름다워 자주 찾는다"며 웃어보였다.

그렇게 한 무리의 부대가 떠나고 그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팔당역과 남양주역사박물관을 지나자 전면에 남한강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남한강에 시선을 뺏긴 채 7분여를 달렸을까. 예봉산 약수터 입구가 보였다.

'목이라도 한 번 축일까' 하는 생각을 뒤로 하고 달리니 이번엔 남한강 자전거길의 4경인 능내역이 나타난다. 폐역(廢驛)이지만 깔끔하게 새 단장을 해 보기가 썩 좋다. 주변엔 남한강 자전거길의 5경인 다산유적지도 있다.
 


다시 4km 정도를 달리자 운길산역에 다다랐다. 남한강 자전거길의 1경인 북한강 철교가 한 눈에 들어온다. 강을 가로질러 있는 철교 덕분에 물길과 함께 달릴 수 있는 이 철교의 또 다른 묘미는 길 중간 중간에 있는 강화유리에 있다.


유리판 하나를 사이에 두고 흐르는 강물이 페달을 밟는 발의 속도를 한껏 높여준다.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불지만 푸른 하늘과 두 바퀴 아래로 흐르는 강물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열심히 굴러가고 있는 바퀴에 힘이 더 붙는다.

힘차게 달리는 왼편으로 양수역이 보인다. 오른편으로는 아련하게 두물머리 공원이 보이는 듯 하다. 남한강 자전거길 2경으로 꼽히는 두물머리다. 능내역 부근에서도 한참을 바라봤던 두물머리지만, 한 번 더 넋을 놓고 보게 된다. 두물머리에 빠져 한참을 서 있다 보니 문득 정신이 들어 다시 페달을 밟아 나갔다.

두물머리로 가는 길에 있다는 '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에 들르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바퀴는 자꾸만 앞으로 굴러가는 데 마음은 남한강 자전거길 7경인 세미원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다.

양수역에서 6km 쯤을 쉬지 않고 달렸다. 파란 글씨 세 글자, 신원역이 저 앞으로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신원역에 도착하고 보니 자전거길을 잠시 떠나서 걸어야 하는 일이 생겼다. 건널목을 건너야 하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아쉬움도 잠시, 길을 건너자 자전거길이 강물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 물줄기에 아주 바짝 붙어 달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내 보이는 국수역. 이쯤이면 남한강 자전거길의 3분의 2 가까이를 달려온 셈이다.

이제는 남한강 자전길의 8경인 기곡터널을 만날 차례다. 국수역에서 아신역으로 가는 길에 있는 이 터널은 그 길이만 569m로 남한강 자전거길에 있는 터널 9개 가운데 가장 길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터널 끝으로 보이는 밝은 빛에 가까워질 때까지 페달을 밟고 또 밟았다. 그리고 이어 만나게 되는 아신역.

때론 넋을 놓기도 하고 때론 신나게 달렸던 남한강 자전거길 여행은 3시간을 조금 넘겨서야 끝이 났다. 아신역을 조금 지나 자전거길 한 편에 주저앉아 쉬고 있을 때 지나가던 아저씨 한 분이 짧은 인사를 건넨다. "힘들지? 그 맛에 자전거 타는 거여~." 이 아저씨의 말이 이번 자전거길 여행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듯싶다.

출처 - 아시아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