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2008년 11월, 중앙선 복선화로 철도는 폐선됐고 더 이상 기차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더러 감수성에 젖어, 옛 추억에 젖어 폐철도를 일부러 찾아와 걸어 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기차가 끊기고 발길이 끊긴 폐철도는 한동안 방치돼 점점 애물단지가 돼 갔다.
하지만 10월 8일이면 이 길은 자전거와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남한강 자전거길’로 다시 태어난다. 누구나 이 길을 달리거나 걸으며 강 풍경을 오롯이 즐길 수 있게 된다.
‘남한강 자전거길’은 팔당역부터 능내역을 거쳐 양평(양근대교)으로 이어지는 옛 중앙선 폐철도를 재활용한 길이다. 약 27킬로미터로 공사가 완료되면 이미 조성돼 있는 행주대교부터 팔당대교에 이르는 약 63킬로미터 자전거길까지 합쳐 총 90킬로미터에 이르는 강변자전거길이 완성된다. 여주를 거쳐 충주댐까지 더하면 장장 1백16킬로미터에 이른다.
남한강 자전거길 코스의 시작은 팔당대교부터다. 자전거길을 따라 달리다 봉안터널로 진입하면 ‘어서 오라’는 듯 센서 조명이 환하게 반겨 준다. 봉안터널은 남한강 자전거길 8경 중 6경에 해당하는 곳으로 터널을 빠져나오면 팔당이 한눈에 펼쳐진다. 3경에 해당하는 팔당댐에서부터 다산유적지를 거쳐 운길산역에 이르는 ‘다산길’은 때론 호젓하고 때론 외롭다.
길은 이 지역 명소가 된 맛집 ‘봉주르’를 지나고 팔당호 위에 나룻배 한 척이 그림처럼 떠 있는 연꽃체험마을도 지난다. 5경인 다산유적지까지는 ‘잠시 모든 것을 꺼 두셔도 좋을’ 것만 같은 호젓한 길이 이어진다. 자전거길 4경이자 지금은 폐역(廢驛)이 된 능내역도 이 구간에 있다. 능내역을 조금 지나 만나는 ‘다산삼거리 자전거길 보도3교’ 부근은 강 건너편 두물머리를 조망하기 가장 좋은 장소로 꼽힌다.
운길산역에 이르면 남한강 자전거길 1경인 북한강철교가 나타난다. 북한강철교(5백60미터)는 구간 내 9개의 폐터널과 함께 공공디자인포럼의 자문을 거쳐 새롭게 변신했다.
철교의 옛 정취는 그대로 살리면서 바닥에 친환경 나무덱을 깔아 세련미를 높였다. 바닥의 일부는 투명소재로 시공해 밑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자전거를 타고 강을 가로지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중앙선 지하철이 지나가면 경주하듯 달리는 맛도 느껴 볼 수 있는 구간이다. 중앙선을 이용한다면 운길산역이나 양수역에서 진입하는 게 빠르다. 남한강 으뜸 경관을 자랑하는 두물머리는 남한강 8경 중 1경이자 자전거길 2경에 꼽히는 곳이다.
4백년 수령의 늙은 느티나무가 우두커니 버티고 서 있는 풍경은 사시사철 나들이객들의 발길을 그러모은다. 겨울 설경과 일몰 때 특히 아름답다.
자전거길 인근에 있는 7경 ‘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도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마지막 8경은 남한강 자전거길에 있는 9개의 터널 중 가장 긴 터널에 해당하는 기곡터널이다. 길이 5백69미터의 터널을 빠져나와 2백미터 정도 지나면 옛 중앙선의 흔적이 남아 있는 철도레일을 만날 수 있다. 인근 쉼터는 잠시 앉아 숨을 고르기 좋다.
‘남한강 자전거길’은 10월 8일 정오에 공식 개통식을 갖는다. 개통식을 앞두고 거의 대부분 구간의 자전거 통행이 가능해 이미 많은 자전거 동호인이 다녀갔다. 자전거 동호인 카페에서는 남한강 자전거길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반영하듯 답사 후기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지난 9월 27일 남한강 자전거길에서 만난 송파 가락시장상인 자전거 동호인인 김희복(55)씨와 박판도(67)씨는 남한강 자전거길을 달려 본 소감에 대해 “아직 양평까지 종주해 보진 못했지만 주변에 볼거리가 많고 코스도 무난해 편안하게 자전거를 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앞으로 체력이 따라 준다면 자전거길 따라 충주댐까지 한번 가 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직장인 조정현(29)씨도 “길을 잘 닦아 놓아 심심한 맛이 없진 않지만 보다 안전하게 라이딩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다만 곳곳에 낭만적인 공간들이 많아 혼자 라이딩하면 외로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출처 - 위클리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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